⚠ 본 글은 투자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종목·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독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늦은 목요일 밤. 카운터 끝자리 단골이 온더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증권사를 다니다 지금은 개인 트레이딩으로 먹고사는 손님이다.
“마스터, 키움이 또 자사주 샀더라고요. 400억이나. 요즘 증권사들 밸류업이라며 너도나도 자사주 공시 내잖아요. 키움도 주주환원 흐름에 올라탄 거죠?”
마스터는 잔을 닦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자기주식취득결정’ 공시라도, 속을 열면 전혀 다른 물건일 때가 있어요.”
2026년 5월 14일 접수번호 20260514000710, 키움증권 자사주 취득 공시 한 건. 그 ‘취득 방법’ 칸 한 줄이 정체를 바꾼다. 장내매수가 아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약정에 따른 장외 직접 취득이다.
“주주환원 자사주가 아니에요. 5년 전에 찍어낸 우선주를 약속대로 되사서 태우는 거예요. 한 잔 따라 드릴 테니 같이 봅시다.”
1. 키움증권 자사주 취득 공시 개요
| 항목 | 내용 |
|---|---|
| 공시 종류 | 주요사항보고서 — 자기주식취득결정 |
| 제출 법인 | 키움증권 주식회사 (039490, KRX 유가증권시장) |
| DART 접수번호 / 이사회 결의일 | 20260514000710 / 2026-05-14 |
| 취득 예정 주식 수 | 166,206주 (기타주식 — 상환전환우선주) |
| 취득 예정 금액 | 40,000,028,652원 (약 400.0억 원) |
| 취득 방법 | 장외 직접 취득 (위탁투자중개업자 경유), RCPS 상환 약정 이행 |
| 상환 재원 | 배당가능이익(이익잉여금) — 자본금 감소 없음 |
| 취득 예정일 / 소각 예정일 | 2026-06-30 / 2026-07-07 소각 |
| 취득 목적 | 상환권 행사로 보통주 희석 방지(주주가치 제고) 및 자본구조 정리 |
| 관련 법령 |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 상법 제341조 |
이번 키움증권 자사주 취득의 핵심은 ‘취득 방법’ 칸이다. 공시는 이를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약정에 따른 장외 직접 취득”으로 못 박는다. 취득 대상도 보통주가 아니라 기타주식(우선주) 166,206주다. 시장에서 보통주를 사 모으는 밸류업 자사주가 아니라, 약정된 조건에 따라 우선주를 되사 소각하는 거래다.
수치도 두 묶음으로 나뉜다. 공시 참고사항은 취득 대상을 이렇게 적었다.
- 제3차 상환전환우선주: 166,203주 (1주당 상환가액 240,667원)
- 제4차 상환전환우선주: 3주 (1주당 상환가액 150,417원)
합계 166,206주, 공시상 취득예정금액 40,000,028,652원이다. 1주당 24만 원 수준의 이 가격은 우선주의 약정 상환가이지, 보통주 시장가가 아니다. 애초에 이 우선주는 비상장으로 발행돼 시장 시세 자체가 없다.
2. RCPS라는 물건 — 같은 칸, 전혀 다른 거래
2.1 상환전환우선주(RCPS)란 무엇인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는 세 가지 성격이 한 증권에 들어 있다.
- 우선주: 보통주보다 배당과 잔여재산 분배에서 앞선다.
- 상환권(Redeemable): 정해진 시점에 약정된 가격으로 회사가 되사거나 투자자가 되팔 수 있다.
- 전환권(Convertible): 일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회계상 RCPS는 상환 의무의 성격에 따라 갈린다. 상환권이 투자자에게 있으면 K-IFRS 제1032호상 금융부채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자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갚아야 할 빚에 가까운 구조가 흔하다는 뜻이다. 이 점이 뒤에서 ‘왜 자사주인데 자본금이 안 줄어드는가’를 푸는 열쇠가 된다.
2.2 이번 거래의 실체 — 전환을 막고, 되사서, 태운다
공시가 적은 취득 목적의 원문은 “상환권 행사를 통한 보통주 가치 희석 방지(주주가치 제고) 및 자본구조 최적화”다. 풀어 보면 순서는 이렇다.
- 키움증권은 과거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를 들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
- 이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발행주식 수가 늘어 기존 보통주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
- 회사는 전환을 기다리는 대신 상환(되사기)을 택했다. 약정 상환가로 166,206주를 장외에서 직접 사들인다.
- 사들인 우선주는 보유하지 않고 2026년 7월 7일 소각한다.
밸류업 자사주와 무엇이 다른지 한 표로 정리하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 구분 | 일반 밸류업 자사주 | 이번 키움 RCPS 상환 |
|---|---|---|
| 취득 대상 | 시장의 보통주(ostk) | 비상장 우선주(estk) 166,206주 |
| 가격 기준 | 그날그날 시장가 | 사전 약정된 상환가 (240,667원/주) |
| 방법 | 장내매수·신탁 | 장외 직접 취득(위탁중개업자 경유) |
| 동기 | 저평가 구간 주주환원 | 전환 희석 차단·우선주 정리 |
| 재량 | 회사 자율 결정 | 사전 상환 약정 이행(의무성) |
| 사후 처리 | 보유·소각·재매각 선택 | 취득 후 즉시 소각(7/7) |
“같은 ‘자사주취득’ 칸이라도, 한쪽은 주주에게 돌려주는 환원이고 다른 한쪽은 5년 전 빌린 돈을 갚는 일이에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3. 5년 전으로 거슬러 — 2021년 제3차 RCPS의 정체
이 거래를 제대로 읽으려면 공시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취득결정’ 공시에는 우선주의 발행 조건이 없다. 그 조건은 5년 전 발행 공시에 들어 있다. 키움증권 본 공시도 친절하게 출처를 적어 뒀다. “발행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2021년 6월에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를 참고하라”는 한 줄이다.
그 원본을 따라가면 정체가 드러난다. 2021년 6월 21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접수번호 20210621000245. 키움증권이 제3차 상환전환우선주를 찍어낸 자리다.
3.1 발행 당시의 숫자
| 항목 | 2021년 제3차 RCPS 발행 |
|---|---|
| 주식 종류 |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 (비상장) |
| 발행 방식 | 제3자배정 유상증자 |
| 발행 기타주식 수 | 166,203주 |
| 1주당 액면가액 | 5,000원 |
| 조달 자본(기타자본) | 약 399.99억 원 |
발행은 제3자배정이었다. 시장 공모가 아니라 특정 투자자에게 우선주를 넘기고 약 400억 원을 조달한 거래다. 비상장으로 찍었기 때문에 이 우선주는 거래소에 호가가 뜨지 않는다. 보통주 주가와 비교할 대상이 처음부터 없는 증권이라는 뜻이다.
3.2 전환과 상환, 두 갈래 약정
발행 공시에는 전환과 상환의 규칙이 함께 적혀 있다. 전환주식 수는 “발행가액을 전환 당시의 유효한 전환가액으로 나눈 값”으로 정해진다. 보통주 주가가 오를수록 전환가액이 조정돼 투자자가 받을 보통주 수가 달라지는 구조다. 상환은 별도 절차를 따른다. 회사가 상환하려면 상환가능일 60일 전부터 30일 전까지 대상 주주에게 통지해야 한다.
여기서 회사 앞에 두 갈래 길이 놓였다. 투자자가 전환을 청구하면 보통주가 새로 발행돼 기존 주주가 희석된다. 회사가 먼저 상환을 택하면 현금을 주고 우선주를 거둬들여 희석을 원천 차단한다. 이번 키움증권의 선택은 후자다.
3.3 발행가 ≈ 상환가, 5년의 셈
흥미로운 대목은 가격이다. 2021년에 약 400억 원을 받고 찍은 우선주를, 2026년에 약 400억 원(제3차 240,667원/주)에 되산다. 발행가와 상환가가 거의 같은 수준이다.
“5년을 들고 있던 투자자가 원금 수준에서 되돌려받는 그림이에요. 우선주니까 그동안 약정 배당은 따로 챙겼겠죠. 정확한 약정수익률은 발행 당시 사모 계약 영역이라 공시 표면에 다 드러나진 않아요. 다만 회사가 ‘전환해서 보통주로 가져가게 두느니 약속한 값에 되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상환을 택했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전환으로 보통주를 내주는 비용보다 현금 상환 비용이 합리적이라고 봤다는 신호다. 그 손익의 정밀 비교는 발행 당시 약정한 전환가·배당률에 달려 있고, 그 조건은 사모 발행의 성격상 일부만 공시된다. 그래서 “회사가 상환을 골랐다”까지가 공시가 확정해 주는 사실이고, 그 너머는 추정 영역으로 남겨 두는 것이 정직하다.
4. 자사주인데 자본금이 안 줄어드는 이유
이번 공시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칸이 ‘자본 영향’이다. 보통 “주식을 소각한다”고 하면 자본금이 줄어드는 감자를 떠올린다. 그런데 키움증권 공시는 정반대로 적었다. “배당가능이익(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상환하며, 자본금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4.1 이익소각의 구조
이 거래는 자본금을 헐어 주식을 없애는 감자가 아니다. 회사가 그동안 쌓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우선주를 되사 태우는 이익소각이다. 결과적으로 자본금(액면 기준)은 그대로 두고, 이익잉여금이 약 400억 원 줄어든다. 자본총계 안에서 항목 구성이 바뀌는 것이지, 자본금이라는 칸 자체가 깎이는 게 아니다.
RCPS가 회계상 부채로 잡혀 있었다면 그림은 한 겹 더 단순해진다. 부채로 분류된 우선주를 상환하면 부채가 줄고, 그만큼 잠재 희석 변수도 사라진다. ‘현금이 나가는 자사주’라는 표면은 같아도, 순효과는 일반 자사주 매입과 다르게 나타난다.
4.2 금융사라서 더 봐야 하는 것 — NCR과 건전성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받는다. 400억 원의 현금이 빠져나가면 자기자본과 유동성에 영향이 생긴다. 다만 규모를 보면 충격은 제한적이다. 키움증권의 2025년 말 연결 자본총계는 약 6조 7,224억 원으로, 전년(약 5조 6,319억 원)보다 1조 원 넘게 늘었다. 이번 400억 원 상환은 자본총계의 약 0.6% 수준이다.
펀더멘털 체급도 함께 보면 비율의 의미가 잡힌다.
| 지표 | 2025년 | 2024년 |
|---|---|---|
| 연결 매출액(영업수익) | 약 15조 7,152억 원 | 약 10조 2,102억 원 |
| 연결 자본총계 | 약 6조 7,224억 원 | 약 5조 6,319억 원 |
| 부채비율 | 1,031.3% | 818.8% |
증권사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것은 부실 신호가 아니다. 고객 예탁금, 환매조건부채권, 파생결합증권 같은 영업성 부채가 재무상태표에 그대로 잡히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핵심은 이번 400억 원 상환이 이 큰 그릇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재원도 이익잉여금이라는 점이다. 건전성에 미치는 실질 영향은 분기보고서의 자본총계·NCR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시장 의미 — ‘자사주취득’ 헤드라인의 함정
5.1 같은 공시명, 다른 신호
2025~2026년 밸류업 국면에서 금융사 ‘자기주식취득결정’ 공시가 쏟아졌다. 이 시리즈에서도 KB·하나·현대모비스의 자사주 트리오를 다룬 적이 있다. 그러나 공시명이 같다고 같은 신호는 아니다.
| 사례 | 공시명 | 실제 성격 |
|---|---|---|
| KB·하나금융 | 자기주식취득결정 | 밸류업 주주환원(소각 확약) |
| 키움증권(이번 건) | 자기주식취득결정 | RCPS 상환·소각(희석 차단·우선주 정리) |
투자자가 헤드라인만 보고 “키움도 밸류업 주주환원”이라 읽으면, 거래대금 사이클이나 추가 환원 같은 엉뚱한 변수에 베팅하게 된다. 이번 키움증권 자사주 취득의 본질은 자본구조 이벤트이지, 분기 실적에 연동된 환원 정책이 아니다.
5.2 보통주 주주에게 미치는 실질 영향
긍정적 측면은 분명하다. RCPS 전환에 따른 잠재 희석이 사라진다. 보통주로 풀릴 수 있던 약 16.6만 주의 전환 물량이 소각으로 정리된다. 동시에 약 400억 원의 이익잉여금이 회사 밖으로 나간다. 그 돈을 배당이나 영업에 쓸 여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순효과는 ‘희석 위험 제거’와 ‘이익잉여금 유출’의 상계로 읽어야 한다.
“손님 입장에서 정리하면 이래요. 내 지분이 묽어질 위험 하나가 사라진 거예요. 대신 회사 곳간에서 400억이 나갔고요. 호재냐 악재냐가 아니라, 빚 정리에 가까운 자본 이벤트라고 보는 게 맞아요.”
6. 정리
단골의 의문은 “키움도 밸류업 주주환원 자사주 아니냐”였다.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이번 키움증권 자사주 취득 400억 원은 주주환원이 아니라, 2021년 제3자배정으로 발행한 제3·4차 상환전환우선주 166,206주를 약정대로 되사 7월 7일에 소각하는 거래다. 재원은 자본금이 아니라 이익잉여금이라 자본금은 줄지 않는다. 발행가와 상환가가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원금 회수에 약정 배당을 더한 5년짜리 자금조달의 마감에 가깝다.
남길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공시명이 같아도 신호는 다르다. ‘자기주식취득결정’이라는 같은 칸에 주주환원과 자본정리가 함께 담긴다. 둘째, 핵심 조건은 그 공시가 아니라 과거 발행 공시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공시 한 장에서 멈추지 말고 그 앞 공시까지 펼쳐야 거래의 정체가 잡힌다.
7. 주의사항
- 이 거래는 밸류업 주주환원 자사주가 아니라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약정에 따른 장외 직접 취득·소각입니다. 헤드라인(‘자사주취득’)만으로 주주환원 신호로 해석하지 마십시오.
- 본문 수치(취득 166,206주, 40,000,028,652원, 제3차 240,667원·제4차 150,417원, 소각 2026-07-07)는 DART 공시 원문(접수번호 20260514000710)에서 확인한 값이며, 최종 정본은 공시 원문입니다.
- RCPS의 정밀한 약정수익률·전환가는 사모 발행의 성격상 일부만 공시되며, 발행 공시(2021-06-21, 접수번호 20210621000245)에서 확인 가능한 범위로 서술했습니다.
- 이 우선주는 비상장으로 발행돼 시장 시세가 없으므로, 보통주 주가와 직접 비교하지 않았습니다(별개 증권).
- 재무지표(매출·자본총계·부채비율·NCR)의 확정치와 상환 후 건전성 영향은 사업·분기보고서에서 직접 확인하십시오.